* 한국농정신문 기고(2025.3.3)
*기고자: 이효희 소장(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이후 농민들의 분노에 시민들의 호응이 어우러진 남태령 광장의 뜨거운 승리가 ‘남태령 대첩’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트랙터 대장정을 마치고 봄 농사를 준비하려는 농민들에게 농식품부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라는 이름으로 8만ha 감축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충격을 안겨 줬다. 벼멸구 등 이상기후로 인한 병충해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쌀 자급률이 94.3%에 불과함에도 쌀이 남아돈다는 이유로 재배면적을 줄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형국이다.
우리는 생산자의 권리, 농민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국가권력의 강압적인 벼 재배면적 감축의 부당성에 대한 비판과 일반재배 방식에서 친환경 재배로 전환하는 상황에 대한 안내 문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신규 친환경 벼를 일반 벼 대비 5% 높은 가격에 전량 공공비축미로 매입할 예정이고, 군대 급식과 사회복지용 쌀로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3만3000㏊를 친환경 농지로 전환해 쌀 생산량이 22톤 감축된다는 정부의 홍보가 달갑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궁여지책으로 도출된 쌀 생산량 감축을 위한 친환경농업 전환은 친환경 쌀 재배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 확산을 위한 목적 달성에 주목한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현재 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민생 4법’을 ‘농망법’이라고 비난한 송미령 장관이 쌀 감축 계획으로 동원한 친환경농업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해결책으로써의 역할은 무시되고, 생산량 감소 측면만 부각될 뿐이다. 무엇보다 친환경 ‘농법’을 도입하라는 정부의 권고안 속에는 그동안 묵묵히 땅을 지켜온 친환경 실천 농민들의 땀과 노력이 쌀 생산량 감소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소환돼, 친환경농업이 추구하는 본래의 목표와 정신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정부는 친환경농업에 담긴 철학과 위상을 애써 외면하고, 단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농사 방법의 일환으로 친환경농업을 축소시킨다. 기후위기 대응으로 전 세계의 국가들이 나름 유기농업을 육성·확산시키는 반면,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업이 정체되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렇게 친환경농업을 대하는 정부의 편협한 자세와 단견에서 비롯된다. 일례로 지난해 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발족한 ‘재생유기농업 협의체’ 역시 친환경농업을 홀대하는 처사로 읽힌다. 더군다나 농진청은 유기농업과를 재생유기농업과로 변경한다고 한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가 유기농 58.8%, 무농약 59.1%에 불과한 상황에서 재생유기농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부기관이 나서서 확산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기업까지 포괄해 협력체계를 구축하려는 농진청의 시도는 자칫, 닥터브로너스, 파타고니아와 같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의 그린워싱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자세는 친환경농업 관련 예산이 농식품부 예산 대비 정체 및 감소 추이를 보이는 현실에서도 설명된다. 그나마 올해 친환경농업직불금 단가가 7년 만에 인상됐으나, 밭과 과수원은 제외됐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유기지속직불금은 여전히 유기직불금의 60%에 불과하다. 친환경농업 성장을 위한 직불금 확대는 앞으로 더 추진해야 할 과제이며, 모든 임차농이 직불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친환경직불금 지급대상의 확대를 통해서 올해는 반드시 지난 2019~2023년 동안 친환경농업직불금 지급대상 면적이 친환경농산물 인증 재배면적의 38.1~47.7%에 불과했던 오명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친환경농업의 원리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자연과 자연 사이의 순환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를 모색하는 철학에 터하고 있다. 이른바 전 세계가 유기농업의 4대 원칙으로 공감하는 건강, 생태, 공정, 배려의 덕목은 친환경농업을 통해서 농사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현해 가야 할 지향점이다. 친환경농업 확대를 통해서 우리는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고, 토양의 탄소저장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으며 생태계 보전을 비롯한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 친환경농업을 대하는 정부의 안일한 모습을 계엄 이후 맞이할 정부에서 되풀이하면 안 된다. 새로운 사회를 열기 위해 정부는 유기농 생태농업을 중심축으로 농정을 전환하고,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새판을 짜야 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6439
* 한국농정신문 기고(2025.3.3)
*기고자: 이효희 소장(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이후 농민들의 분노에 시민들의 호응이 어우러진 남태령 광장의 뜨거운 승리가 ‘남태령 대첩’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트랙터 대장정을 마치고 봄 농사를 준비하려는 농민들에게 농식품부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라는 이름으로 8만ha 감축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충격을 안겨 줬다. 벼멸구 등 이상기후로 인한 병충해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쌀 자급률이 94.3%에 불과함에도 쌀이 남아돈다는 이유로 재배면적을 줄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형국이다.
우리는 생산자의 권리, 농민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국가권력의 강압적인 벼 재배면적 감축의 부당성에 대한 비판과 일반재배 방식에서 친환경 재배로 전환하는 상황에 대한 안내 문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신규 친환경 벼를 일반 벼 대비 5% 높은 가격에 전량 공공비축미로 매입할 예정이고, 군대 급식과 사회복지용 쌀로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3만3000㏊를 친환경 농지로 전환해 쌀 생산량이 22톤 감축된다는 정부의 홍보가 달갑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궁여지책으로 도출된 쌀 생산량 감축을 위한 친환경농업 전환은 친환경 쌀 재배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 확산을 위한 목적 달성에 주목한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현재 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민생 4법’을 ‘농망법’이라고 비난한 송미령 장관이 쌀 감축 계획으로 동원한 친환경농업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해결책으로써의 역할은 무시되고, 생산량 감소 측면만 부각될 뿐이다. 무엇보다 친환경 ‘농법’을 도입하라는 정부의 권고안 속에는 그동안 묵묵히 땅을 지켜온 친환경 실천 농민들의 땀과 노력이 쌀 생산량 감소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소환돼, 친환경농업이 추구하는 본래의 목표와 정신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정부는 친환경농업에 담긴 철학과 위상을 애써 외면하고, 단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농사 방법의 일환으로 친환경농업을 축소시킨다. 기후위기 대응으로 전 세계의 국가들이 나름 유기농업을 육성·확산시키는 반면,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업이 정체되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렇게 친환경농업을 대하는 정부의 편협한 자세와 단견에서 비롯된다. 일례로 지난해 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발족한 ‘재생유기농업 협의체’ 역시 친환경농업을 홀대하는 처사로 읽힌다. 더군다나 농진청은 유기농업과를 재생유기농업과로 변경한다고 한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가 유기농 58.8%, 무농약 59.1%에 불과한 상황에서 재생유기농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부기관이 나서서 확산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기업까지 포괄해 협력체계를 구축하려는 농진청의 시도는 자칫, 닥터브로너스, 파타고니아와 같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의 그린워싱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자세는 친환경농업 관련 예산이 농식품부 예산 대비 정체 및 감소 추이를 보이는 현실에서도 설명된다. 그나마 올해 친환경농업직불금 단가가 7년 만에 인상됐으나, 밭과 과수원은 제외됐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유기지속직불금은 여전히 유기직불금의 60%에 불과하다. 친환경농업 성장을 위한 직불금 확대는 앞으로 더 추진해야 할 과제이며, 모든 임차농이 직불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친환경직불금 지급대상의 확대를 통해서 올해는 반드시 지난 2019~2023년 동안 친환경농업직불금 지급대상 면적이 친환경농산물 인증 재배면적의 38.1~47.7%에 불과했던 오명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친환경농업의 원리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자연과 자연 사이의 순환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를 모색하는 철학에 터하고 있다. 이른바 전 세계가 유기농업의 4대 원칙으로 공감하는 건강, 생태, 공정, 배려의 덕목은 친환경농업을 통해서 농사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현해 가야 할 지향점이다. 친환경농업 확대를 통해서 우리는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고, 토양의 탄소저장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으며 생태계 보전을 비롯한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 친환경농업을 대하는 정부의 안일한 모습을 계엄 이후 맞이할 정부에서 되풀이하면 안 된다. 새로운 사회를 열기 위해 정부는 유기농 생태농업을 중심축으로 농정을 전환하고,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새판을 짜야 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6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