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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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고)유기농 실천 청년농부 육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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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정신문 기고(2024년 11월3일자)

* 기고자: 이효희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 소장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기농업을 확대하는 정책이 가장 확실한 탄소중립 실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업 생산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에서 특히 화학비료의 생산과 사용으로 발생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2951Mt CO2eq으로 소가 장내 발효로 배출하는 메탄(1792Mt CO2eq)보다도 많다. 그래서 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130여 국가가 ‘1.5도 목표(2015년 파리기후협정 때 지구 표면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대비하여 섭씨 1.5도까지 억제하기로 한 약속)’ 달성을 위한 기후행동 선언문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결의를 모았다.

화학비료는 물론이고 제초제, 살충제와 같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모색하는 유기농업, 생태농업, 순환농업 등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농민의 재생산’이 필수적이다. 올해 발표된 스위스유기농업연구소(FIBL) 보고서에 따르면 188개국의 유기농 생산자는 450만명으로 전년 대비 25.6% 증가했다. 그런데 한국은 친환경 유기농 실천 농민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 2023년 친환경 유기농가의 5만 선이 무너졌고, 최근 3년 사이에 16.4%가 감소해 친환경농업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 기준, 농업에 종사하는 가구원 중 청년이 3.3%인 점을 고려하면 100농가 중 6농가에 불과한 친환경 농업 실천 농가의 젊은이는 더 희소하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무엇보다 현재 친환경 실천 농업을 승계할 후계농을 양성하고, 고령화가 심화되는 농촌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이어갈 친환경 실천 청년농민의 유입을 위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다행히 충청남도에서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10억원 예산 규모로 친환경 청년농부 육성사업을 추진해 왔다. 비록 자부담 20%가 포함돼 있지만 지자체가 친환경 농업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디딤돌 역할을 했다. 그런데 스마트팜 청년농부 육성 정책에 밀려서 내년부터 친환경 청년 선발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충남에서 선발한 친환경 청년농부들로 구성된 충남 청년농부영농조합의 신입회원이 단절될 지경이다.

정부 역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요한 친환경 후계농 양성과 친환경 청년농을 선발하는 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미래농업인 육성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부터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시행해 최대 3년 동안 월 110만원씩 정착지원금과 저금리로 5억원 한도의 창농 자금을 지원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청년농 3만명 육성을 약속했고, 농식품부가 두 달 전 2025년까지 2만3000명을 선정해 청년농업인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청년농 선발에만 집중할 뿐 농촌에 안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게다가 ‘새로운 녹색혁명’으로 비판받는 스마트농업 중심의 지원 정책에서 유기농업을 책임질 청년농을 위한 자리는 없다.

기후위기 시대에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기로 결심한 청년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친환경 청년농을 위한 예산을 일정 비율로 책정하는 소득보전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가령, 유럽연합(EU)의 공동농업정책에서는 전체직불금 예산 중 최소 3% 내에서 청년농부를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청년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농지문제에서도 친환경 농민이 농지은행에서 우선 임대할 수 있도록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병충해 방제와 잡초제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친환경 유기농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재배 기술 교육도 확대돼야 한다. 올해 초 출범한 ‘청년농 유기농업 연구회(본지 2024년 2월 4일자 “농업기술 향상 위해 뭉친 청년 유기농민들” 기사 참고)’와 같은 조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전국의 친환경농민 조직에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

아울러 올해 전남과 경기도에서 시도된 친환경 청년 리더 양성교육이 전국적으로 시행돼야 청년들이 친환경 유기농의 가치와 철학을 이해하고 선배들의 노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농민에게서 농민에게로’ 지속가능한 농업이 전해지고, 청년들이 환경과 생태를 복원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도록 친환경 유기농업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기후위기가 더 큰 재난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를 만들어갈 친환경 유기농업 청년들을 육성하자.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